
키리사키 졸업식의 세 사람은 오늘도 벚꽃 아래서
경 20XXX년 3월 XX일 키리사키 제 1고교 XX회 졸업식을 축하합니다 축
키리사키 제 1고교로 들어서는 정문에는 얼마 뒤 열릴, 졸업식에 대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키리사키 제1 고등학교 3학년들의 마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키리사키 제 1고교에 입학한게 정말로 엊그제와도 같은 일과도 같은데 이제 졸업이라니,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으로 한 발짝 내딛는다는 게 불안하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이 컸다. 그건, 키리사키에 재학 중인, 아니 곧 졸업을 앞둔 사쿠라코 카시코나, 하나미야 마코토라던가, 세토 켄타로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세 사람은 이제 곧 3년 동안 다닌 키리사키 제 1고교를 졸업한다.
*
학생들이 강당 안에 앉아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입고 있는 교복은 마지막으로 입는 교복이였다. 다들 정해놓기라도 한 듯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입었다. 마이의 단추를 잠그고 넥타이를 제대로 매고는 다들 교장 선생님이 올라가고 있는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두어 번 치고 아아, 라고 말을 하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키리사키 제 1고교 3학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저는 아직도 여러분 3학년이 입학식을 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와 지금의 여러분은 달라진 게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키가 컸거나, 머리가 길었거나, 아니면 좀 더 배운 게 많아지고, 여러분들이 밟아갈 미래가 여기 입학했을 때와 달리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살아갈 길에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셨으면 합니다. "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교장의 훈화를 듣고 있자니, 훌쩍훌쩍 우는 사람도 있었으면 그와 반대로 가만히 훈화가 끝나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사쿠라코를 포함한 하나미야와 세토도 훈화가 끝나길 바라는 그런 쪽이었다. 그저 생각이 드는 건, 지루한 훈화가 빨리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던 사쿠라코는 슬쩍 하나미야를 바라보았다. 하나미야는 그런 사쿠라코를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슬쩍 올려보였다. 사쿠라코는 그런 하나미야의 모습에 푸흐하며 웃을 뿐이었다. 그러곤 슬쩍 하나미야의 손을 잡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난 가만히 앉아 있어란 표정으로 교장이 훈화를 하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미야도 그런 사쿠라코가 익숙한 듯, 마주 잡은 두 손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두었다.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은 익숙했고 자연스러웠다. 그걸 뒤에서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던 세토는 어쩐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사쿠라코를 바라보다가 사쿠라코처럼 교장이 훈화하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세토의 표정에서는 씁쓸한 표정이 담겨있었다.
세 사람은 근처에 앉아있지만, 교장을 바라보고는 있었지만 서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전부 달랐다.
".. 그럼 이상으로 훈화를 마치겠습니다. 학생 여러분 모두 졸업을 축하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말을 마치자, 학생들은 모두 박수를 쳤고, 그 뒤 마지막 남은 순서인 교가까지 부르고나자, 이제 정말로 키리사키 제1 고교의 3학년들은 졸업을 했단 게 실감이 났고, 학생들은 모두 강당 밖으로 나갔다. 졸업을 했기 때문에, 고교 시절 가장 친한 농구부 레귤러 부원들과 만나 이야기도하고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 전에 세 사람끼리 이야기할게 남아있던 모양인지라, 세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을 교실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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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발길이 멈춘 곳은 3학년 B반이였다. 자신들의 교실인 듯,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 자기 자리에 약속이라도 한 듯 앉았다. 사쿠라코는 창가 맨 뒷자리. 하나미야는 사쿠라코의 바로 옆자리 세토는 사쿠라코의 바로 앞자리였다. 사쿠라코를 중심으로 두 사람은 자리를 잡아 앉아있었다. 사쿠라코는 언제나 그랬다는 듯, 창가로 고개를 돌려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았다. 하나미야와 세토는 그런 사쿠라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벚꽃이 흩날림과 동시에 사쿠라코의 머리카락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카락에 벚꽃잎이 떨어졌다.
"아.. 벚꽃..?"
사쿠라코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벚꽃이라고 말을 하자, 두 사람은 '벚꽃이네'라고 말을 했다. 사쿠라코는 자신의 머리카락에서 벚꽃잎을 떼어내고, 후, 하고 창밖으로 불었다. 마치 그 모습은 봄의 신이 벚꽃에게 활기를 불어넣는 모습과도 같았기 때문에 두 남자는 멍하니 사쿠라코를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에 사쿠라코는 웃으며 말을 했다.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사쿠라코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왜 교실로 오라고 한 거야?"
"아, 그거? 그냥 우리 셋이 같이 사진 찍었던 적 별로 없었잖아? 그리고 이야기도 제대로 하고 싶어서."
"그거라면 언제든 할 수 있잖아?"
세토의 질문에 사쿠라코는 웃으면서 답을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미야의 대답이었다. 사쿠라코는 그게 뭐냐며 타박 했지만 늘 있는 일인 마냥, 세 사람은 장난을 치며 투닥거렸다. 그렇게 장난치는 세 사람은 웃고는 있었지만,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서 하나미야와 세토는 옛날 생각을 떠올린 듯 보였다. 하나미야와 사쿠라코, 그리고 세토와 사쿠라코 벚꽃과 함께 찾아온 사쿠라코. 하나미야에게 있어 사쿠라코는 자신의 삶을 구원한 사람 그리고 이상(理想)세토에게 있어 사쿠라코는 자신의 삶의 축복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
세토와 사쿠라코가 처음 만난 건, 부모님이 서로 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어릴 적부터 세토는 머리가 좋았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사쿠라코의 뒷처리를 해주기도 했다. 정확하게는 유치원에서 사쿠라코가 남자애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 정확하게는 사쿠라코가 들고 있던 공으로 남자애들을 치면서 '내가 누구랑 다니던 너네가 뭔 상관이야!!!' 라고 때리는 사쿠라코를 말리는 게 대다수였지만, 그럴 때마다 사쿠라코는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듯 공을 들고 세토를 노려봤지만 세토가 어깨를 으쓱거리면 사쿠라코는 한숨을 쉬며 공을 내려놓는 게 대다수였다. 그러다 갑자기 사쿠라코가 초등학교를 한국에서 지내기로 했을 때 세토는 느꼈다. 사쿠라코를 좋아하고 있다고. 사쿠라코는 울면서 세토에게 연락하란 말을 했고 두 사람은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하루에 있던 일이나 안부를 메일로 물어보았다. 방학을 할 때면 서로가 놀러가거나 놀러오기도 하였다. 세토는 하지만 이 마음이 정말로 사쿠라코를 좋아하는 마음인지 확신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상대는 사쿠라코였다. 자신의 머리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사쿠라코가 어떤 대답을 할지 섣불리 답을 못 내렸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두 사람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사쿠라코는 중학교를 가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이야 켄타로."
"그러게, 정말 오랜만이야 카시코."
6년이란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서로의 키가 비슷비슷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세토가 사쿠라코의 키를 넘어서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사쿠라코가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는 키 차이가 되었다. 사쿠라코는 그런 세토를 보면서 키가 커서 부럽단 소리를 툭툭 내뱉기도 했다. 세토는 잘 돌아왔다며 사쿠라코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사쿠라코는 가만히 있었다.
"켄타로는 중학교 어디야?"
"집 근처에 있는 니시오카 중학교. 카시코는?"
"나는 사쿠라오카 중학교, 중학교 다르네.."
"어쩔 수 없지, 나랑 너랑 집 조금 멀잖아. 그래도 같은 일본에 있으니까 자주 만날 수 있는 게 어디야"
"응, 그건 그래!"
하지만 세토는 그 말을 하고 2년 뒤 크게 후회를 했다. 사쿠라코는 거기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양 뺨을 붉게 물들이고 수줍은 얼굴로 자신에게 고백을 했다. 그의 이름은 하나미야 마코토. 세토는 떨떠름하지만, 자신의 기분을 사쿠라코에게 내보이기엔 속이 좁은 것처럼 느껴져 축하를 한다고 밖에 말을 못했다.
"어떤 사람이야, 그 하나미야라는 사람은?"
"키도 크고..잘생기고, 또 머리도 엄청 좋아, 그리고 날 챙겨주는 모습도 보여. 하지만 내가 반하게 된 이유는 축제에서 같이 불꽃놀이를 볼 때 그 모습이 가장 컸지만, 하나미야가 농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괜시리 내 마음도 두근거리고 설레이고 그래."
"그래?"
세토는 사쿠라코의 입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반했고, 좋아한다. 그 말을 듣고 사쿠라코를 좋아하던 마음을 버리려고 했지만 쉽사리 버릴 수가 없었다. 기나긴 짝사랑, 아니 외사랑이었다. 세토는 유치원 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사쿠라코는 가끔 말했다.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했었다. 그때마다 세토는 별 감정 없이 넘겼었다. 그때 가끔 사쿠라코가 자신에게 눈을 반짝이며 결혼할까? 란 말도 했었다. 왜 그때 자신이 그 말을 흘려들었을까. 왜 그때 사쿠라코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을 해도 늦었다. 자신이 가령 정말로 사쿠라코의 첫사랑이라고 했어도 그건 사쿠라코가 어릴 적의 이야기일 뿐. 그게 정말 좋아했다던 감정인지 아닌지는 사쿠라코도 모를 거라고 세토는 생각을 했다.
그때의 사쿠라코는 -
*
사쿠라코가 중학교 졸업식을 할 때 세토는 공교롭게도 졸업식은 남았지만 학교가 쉬는 날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축하의 의미로 사쿠라코가 좋아할만한 꽃다발을 들고 사쿠라코의 졸업식에 갔다. 사쿠라코를 찾아 사쿠라코에게 다가가자, 사쿠라코는 웃으면서 자신의 옆에 있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사쿠라코의 눈에는 울었던 흔적이 보이고, 아마도 - 전에 말했던 그 사람이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켄타로!"
"카시코, 졸업 축하해 여기 축하 선물이야"
"와- 꽃이네.. 이쁘다 고마워, 켄타로 아 맞다 나 할 말 있는데..."
"무슨 말이야?"
"여기, 하나미야 마코토, 내 남자친구야."
"..그래? 축하해 카시코,"
"안녕하세요, 하나미야 마코토라고 합니다. 이야기 자주 들었어요. 카시코의 소꿉친구라고 들었는데."
"저도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세토 켄타로입니다. 카시코 나 이제 볼일 보러 가야해서 가야할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집으로 갈게"
"응 알았어. 그럼 그때 봐!"
웃으면서 남친을 소개해주는 사쿠라코가 그래도 사랑스러워 보였다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자신의 심장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면 이 감정을 무엇이라고 칭해야하는가 머리가 좋은 세토는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보아도 도저히 마땅한 답은 나올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사쿠라코와 같은 고등학교를 가서, 세토는 그렇게 자신을 다독였다. 하나미야란 사람 다음으로 자신을 의지할 테니까.
*
키리사키에 간 사쿠라코는 농구부 매니저로 일을 했고, 세토도 농구부에 들어갔다. 그녀가 하는 농구는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것이지만 뭐 어떤가 사쿠라코가 재미가 있다고 하는데, 애초에 사쿠라코는 자신이 여기에 들어오는 걸 반대 했지만 하나미야가 들어오라고 말을 했다.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그가 자신보다 머리가 좋단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매니저로 일하는 사쿠라코는 강했다. 러프플레이를 직접 지도를 하기도 했고, 복수를 하러 오는 사람들을 자신이 직접 처리하기도 했다. 농구부에서 사쿠라코가 하나미야 다음으로 믿는 건 자신이었다. 가끔 졸리우면 자신에게 와 안대를 빼앗아 옆에 누워 자는 사쿠라코를 보며 웃기도 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세토의 안대를 뺏곤 세토의 무릎을 베고 사쿠라코는 잠을 자고 있었다.
"카시코!! 너 땡땡이 치기냐?!"
"우으.. 졸린걸 어쩌라구!!"
"일단, 일어나서 얼른 일하시죠."
"켄-타로.. 마코토가 나 괴롭혀..."
사쿠라코는 안대를 벗고 세토의 등 뒤로 가, 하나미야를 노려보고 있었다. 사쿠라코의 표정에는 여러가지 표정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는 장난기도 조금 보였다. 하나미야는 그런 사쿠라코를 잡고선 끌고 나갔다.
세토는 그런 사쿠라코를 보며 손을 흔들었지만 하나미야는 그런 세토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네 놈도 와서 연습해!!!!"
*
하나미야에게 한 소리를 듣고 나서, 사쿠라코는 부실로 가 느릿느릿 하나미야의 캐비넷을 열고 하나미야의 윔업을 입었다. 사쿠라코는 윔업을 입고 난 다음, 밖으로 나오자 하나미야의 지시를 듣고(그 앞에 하나미야한테 왜 또 자기 윔업을 입냐고 한소리를 들었지만 무시했다)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는 애들이 보였다. 사쿠라코는 웃으며 밖으로 나갔고, 하나미야가 들고 있는 차트를 들고 하나미야를 연습 하는 곳에 돌려보내곤 아까의 졸린 표정은 사라지고 날카로운 눈으로 애들을 바라보았다. 세토는 그런 사쿠라코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자리에서도 빛나는 사람. 사쿠라코와 세토의 눈이 마주치자 사쿠라코는 연습에 집중하라며 말을 했다.
*
"수고 했어 모두-!"
사쿠라코가 수건을 들고 멤버들에게 하나하나 나눠주었다. 애들은 고맙다며 받아갔다. 물론 사쿠라코는 하나미야와 세토에게도 수건을 건네주었다.
"켄타로 수고 했어, 힘들었지?"
"아냐, 카시코 너 졸리다면서, 쉬는 시간 30분 정도니까 얼른 가 자"
"고마워, 근데 괜찮아 어짜피 쉬는 시간 때 나 할 거 많으니까... 너희들 오늘 연습한 거 정리해야 해서.."
"도와줄건?"
"아냐 괜찮아 나 혼자 할 수 있어"
사쿠라코는 세토의 도움을 거절하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하나미야 쪽으로 다가갔다. 아무래도 농구부 일 때문에, 늘 그랬듯 두 사람은 연인 사이라서 누가 봐도, 어울리는 한 쌍이였다. 그도 꽃과 벚꽃이니까. 세토는 눈을 깜박거리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저려왔다.
깜박
사쿠라코가 보였다.
깜박
사쿠라코가 웃었다.
깜박
사쿠라코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해맑게 웃으며 하나미야와 대화하는 사쿠라코는 세토가 늘 생각한, 정말 축복과도 같았다. 내가 어찌 이걸 입 밖으로 말을 꺼내는가,
'좋아해 카시코. 어릴 적부터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
세토는 가만히 사쿠라코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부신 사람을 바라보기에는 자신은 아무것도 준비하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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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미야가 사쿠라코와 처음 만난 건, 중학교 입학식 이후였다. 사실, 하나미야는 교실에서 사쿠라코를 보았지만 사쿠라코는 하나미야를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다지만, 중학교에서 하나미야는 유명했다. 그도 그럴게, 머리가 좋고 성격도 좋고 유명한 게 당연했다. 왜냐면 거기에 잘생기기도 했으니까.
사쿠라코는 입학식에서 이틀정도 시간이 지나자, 벚꽃은 아직 한참 만개를 하고 있었고 사쿠라코는 벚꽃을 바라보다가 발목을 삐끗했다. 그리고 그걸 뒤에서 보고 도와준 게 하나미야 마코토. 그 뒤로 두 사람은 친해졌다. 이유는 그 날 당일 카시코가 해맑게 웃으면서 하나미야의 성격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했기 때문에. 아마 그 사건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이 친해지기 전까지는 아마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면을 파악한 사람은 이때까지는 사쿠라코가 처음이었으니까.
*
중학교 때 두 사람이 처음으로 손을 잡고 같이 계획한 게 있다. 하나미야와 사쿠라코가 동시에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더군다나 하나미야는 그 인간을 잡기 위해 농구부에 들어왔다고 말을 했다. 그걸 들은 사쿠라코는 엄청나게 진심이잖아..? 라고 생각을 했고 사쿠라코는 자신에게 찝적거리는 놈이라서, 굉장히 싫어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들은 척도 안 했다. 계기는 한 달 전, 그러니까 지금이 5월이니까 4월 중반쯔음이겠지. 새로운 코치가 오고, 그 코치의 2학년 아들과, 그의 친구를 스타팅으로 내세우곤, 실력도 형편없던 놈들을 세운 결과는 눈에 확실하게 들어왔다. 교류전에서도 졌다. 그런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사람은 하나같이 농구부에서 사라져나갔다. 독재 정치도 아니고,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사쿠라코는 자기가 있는 팀이 어이없는 패배를 하는 것에 항상 화가 나고, 연습량도 따라오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싫었고, 그러다가 하나미야와 뜻이 맞았다.
하나미야는 실수인 척 미니게임을 하던 도중에 골대 밑에서 하나미야가 골을 쏘다가, 균형이 무너지고 그 선배의 얼굴에 자신의 팔꿈치를 내리찍었다.
아니 다시 정정을 해보자.
고의로, 그 선배의 얼굴에 자신의 팔꿈치를 내리찍었다. 계획한 대로 흘러갔다. 반성회의 시간을 가지고, 그 뒤 두 사람만 있는 공간에서 두 사람은 웃어보았다.
*
하나미야가 사쿠라코에게 반한 계기는 중학교 2학년 때의 여름축제였다. 농구부에서 같이 여름축제에 가기로 했고, 그에 응한 사쿠라코를 따라 하나미야도 응했다. 사쿠라코가 같이 가자고 여러 번 말을 했긴 했지만서도.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쿠라코에게는 약한 하나미야였다. 두 사람이 같이 유카타를 보러가기도 했지만 이건 전적으로 사쿠라코가 길 찾는 능력이 없어서이다. 라고 하나미야는 자신을 다독였다.
서로 옆집인 두 사람이기에 하나미야는 자신의 담인지 사쿠라코의 담인지 모를 경계에서 사쿠라코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랜 미용실에서 유카타를 입고 오려고 했으나, 하나미야의 어머니가 사쿠라코를 불러 유카타를 입혀주고 머리까지 해주기 때문에 자신은 오히려 밖에서 기다리고, 사쿠라코가 하나미야의 집에 있었다. 하나미야는 왜 내가 밖에서 기다려야하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일단 입 다물고 기다렸다.
"하나미-야"
사쿠라코가 현관문에서 나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하나미야는 슬쩍 고개를 돌려 사쿠라코를 바라보았고, 검은 유카타에 벚꽃 모양이 나타나있고, 머리의 왼쪽은 짧게 땋았고, 윗부분에는 벚꽃모양 핀이 올려져있었다. 검은머리가, 검은 유카타가 생각보다 어울렸다. 그와 별개로 하나미야의 유카타는 진한 회색 유카타에 회색 줄무늬가 있는 평범한 유카타였다.
"으응? 하나미야 나 어때? 아무말도 안 해줄 거야?"
"그래, 그래, 어울린다. 됐냐?"
"응! 하나미야도 잘 어울린다, 가자 선배들 기다릴 거야."
사쿠라코와 하나미야는 축제 장소로 발을 향했고, 거기엔 유카타를 입고 있던 이마요시를 비롯한 선배들이 있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집합시간에 맞춰 모이기로 했기 때문에 잠시 인사만을 하고, 헤어졌다. 사쿠라코와 하나미야는 같이 행동을 하기로 여러 점포에 들려 음식을 사고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두 사람이기 때문에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장소에 먼저 향했다. 불꽃놀이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남아서인지 별로 사람은 없었다.
"하나미야, 여기 야키소바 맛있다"
"그러네... 그나저나 요괴선배는?"
"아까 메일 받았는데, 우리끼리 놀라고 하더라."
"켁, 그나저나 불꽃놀이시간 얼마나 남았냐?"
"음 20분정도?"
"얼마 안 남았네."
사쿠라코는 빙글빙글 돌리던 야키소바를 자신의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하나미야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야키소바를 먹고 옆에 같이 산 메론소다를 마시거나. 하나미야는 사쿠라코가 자신에게 뭔가 할 말이 있나 생각을 했지만, 귀찮으니 물어보려고 하진 않았다. 야키소바를 다 먹고, 뒷정리를 하고 천천히 걸어가니,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펑
불꽃이 여러 소리를 내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하나미야는 자신의 옆에서 불꽃놀이가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고, 옆에서 시선이 느껴지자 사쿠라코는 하나미야를 바라보고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뭐지, 이 느낌은? 하나미야는 자신의 손을 이마에 올려 열이 올라오나 확인을 했지만, 열은 없었다. 방금은 분명히 사쿠라코가 웃는 모습을 보고 열이 올랐다. 가슴 속에서 말을 못할 감정이 자신을 감싸 안았다. 마치 자신의 감정이란 바다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 했다. 그래, 아 말을 하자만 그건 거대한 돌고래였다. 거대한 돌고래가 자신의 감정이란 바다에서 거대한 돌고래가 크게 뛰어오르더니 다시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뭐지, 이 감정은?'
하나미야는 자신의 입을 막고 생각했다. 방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사쿠라코를 좋아한다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지만 가만히 생각을 하자니 자신은 누군가를 싫어한다면, 자신의 곁을 내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사쿠라코를 쭉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을 허락했다. 아니, 허락한 게 아니지만, 있는 게 좋다고 생각을 했다. 자각은 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나는, 그녀를 좋아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자신이 자각하지 못했을 뿐이지만 말이다. 좋아한다는 게, 사랑한다는 게 그런 느낌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자신의 귀가 빨개져있다는 것을 모른 상태로 하나미야는 사쿠라코와 함께 걸어나갔다.
*
그건 중학교 때의 졸업식이었다.
벚꽃이 흩날렸고 사쿠라코는 전 날 자신에게 잠깐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다. 벚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고 싶단 이야기를 하면서 전 날 밤부터 나에게 부탁을 해왔기 때문에 난 그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같은 반인데도 불구하고 사쿠라코는 하나미야를 먼저 약속 장소로 보냈다. 하나미야는 벽에 기대 하나둘 떨어지는 벚꽃잎을 바라보았다. 떨어지는 벚꽃은 평소보다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사쿠라코 카시코 이름에 벚꽃이 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사쿠라코는 20분 정도가 지나자 서둘러 하나미야에게 달려갔다. 화장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하나미야에게 가던 중에 자신에게 고백하던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쿠라코는 당연한 듯 그 남자에게 거절의사를 표하고 하나미야에게 다가갔다. 하나미야는 어느새 벚나무 아래 기둥에 앉아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사쿠라코에게 간지러운 마음이 들게 했다.
"하나미야, 미안 많이 기다렸어?"
".. 별로"
사쿠라코는 우물쭈물 거리다가 하나미야에게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나미야, 나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뭔데 그게?"
하나미야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사쿠라코를 바라보았다. 하긴 사쿠라코는 언제 어디로 튈지 몰랐다. 갑자기 부모님의 일로 어릴 때 갑자기 한국에 갔다던지, 다시 일본에 왔다던지 부모님은 지금 미국에 있다고 했지. 미국에 갈지도 모른다. 난 널 잡을 수 있을까.
"좋아해, 하나미야."
사쿠라코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하나미야에게 고백을 했다. 하나미야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는 오로지 하나미야 자신만이 비쳐있었다.
"좋아해 하나미야, 정말, 정말 좋아해.. 고백 같은 거 안 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안 하면 후회만이 남을 것 같아서 고백하는 거야. 나랑 사겨줄래?"
"사쿠라코, 그거 아냐? 네 얼굴 지금 새빨간 토마토 같은데."
".. 이럴 때도 놀리는거야?!"
"사쿠라코"
"왜!"
사쿠라코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금방이라도 툭 흘러내릴 것 같은, 아니 사실 지금 뚝 뚝 이미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나미야는 사쿠라코에게 다가가 자신의 손으로 사쿠라코의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사쿠라코가 말뚱말뚱 고개를 올리며 하나미야를 바라보았다.
"나도 너 좋아해, 사쿠라코"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교차하자 벚꽃은 그에 맞춰 춤을 추듯 떨어졌다. 마치 고백하는 순간만은 두 사람만의 세계인 듯 두 사람만의 공간인 듯, 두 사람의 목소리 이외에는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쿠라코는 하나미야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있더니, 이내 하나미야에게 뛰어안겼다. 하나미야는 그런 사쿠라코의 머리를 쓰다듬곤 자기도 좋아한다는 말을 사쿠라코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
하나미야와 세토는 사이가 좋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친구로의 이야기. 그 사이에 사쿠라코가 들어가면 두 사람의 사이는 좋은 거라고 말하기보단, 안 좋다고 말하는 게 맞았다. 농구로는 그렇게 짝짜쿵 잘 잡으면서 말이다. 하나미야는 사쿠라코를 짝사랑하는 세토가 못마땅했다.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포기를 한단건 자신의 눈에도 보였다. 하지만 별개였다. 세토는 사쿠라코를 자신만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그에 비해 세토는 사쿠라코와 사귀고 있는 하나미야가 보기 싫었다. 자신이 사쿠라코와 조금이라도 붙어있으면 자신을 노려보았으니까. 자신이 하나미야보다 사쿠라코를 더 잘 알 텐데, 하나미야가 사쿠라코를 더 자세히 알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쿠라코를 대한 서로의 감정에 대한 것뿐이지 사쿠라코가 뭘 갖고 싶은지 어디에 있는지와 같이 사쿠라코 카시코에 대한 건 두 사람의 의견이 마치 농구를 할 때만큼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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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뭘 그렇게 생각하길래 멍하니 있어?"
"그냥 옛날 생각하느라."
"나도 옛날 생각하고 있었어."
"마코토, 켄타로도 참, 가만보면 감수성이 깊다니까?"
사쿠라코는 웃으면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말을 했고 하나미야와 세토는 그런 사쿠라코를 그저 입가에 미소를 지은 상태로 바라보았다. 별거 아니란 듯 고개를 젓더니, 다시 사쿠라코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마코토 켄타로, 얼른 같이 사진 찍자! 이야기는 사진 찍고 할 테니까."
사쿠라코가 창가에 서 하나미야와 세토에게 얼른 오라고 말을 하자 두 사람은 사쿠라코의 양 옆에 붙었고 사쿠라코는 팔을 뻗어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세토가 사쿠라코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자신이 팔을 뻗어 사진을 대신 찍었다. 그게 세 사람이 처음으로 같이 찍었던 사진이다.
"음, 잘나왔다. 이거 인화해서 켄타로랑 마코토한테도 줄게, 나는 액자에 넣어서 책상 위에 둬야지."
사쿠라코는 사진을 보며 즐거운 듯 웃었다. 그도 세 사람이 같이 찍은 게 처음이니까 라고 하나미야와 세토는 생각을 했다.
"아 맞다, 내가 할 이야기라는 건-"
사쿠라코가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의자에 앉자 두 사람은 당연한 듯 사쿠라코의 뒤를 따라 사쿠라코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의자에 앉았다. 사쿠라코는 응, 그래! 라고 말을 하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사쿠라코가 무슨 말을 할까 가만히 듣고 있었다.
"고마웠다고, 그냥 너희 둘에게는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어. 켄타로는, 소꿉친구잖아. 오랜 시간동안 나랑 같이 있어주고 같이 농구부에도 들어오고 내 옆에서 계속 날 도와줬잖아. 어릴 적부터 켄타로는 그랬어. 든든한 존재였으니까. 내가 한국에 있었어도 계속 연락해주고 날 만나러 오기도 했잖아? 고마워 켄타로, 정말로- 그리고 마코토는 내가 더 말할게 있나 좋아해 정말 정말 좋아해 마코토한테는 고마운 감정도 많고 좋아한단 감정도 많아 그만큼 내 옆에서 날 가장 잘 바라보고 있다거나 좋아하는 건 마코토가 제일이니까..."
사쿠라코는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농구부에서 일어난 일이라던가, 자신과 하나미야 세토와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라던가. 주로, 고등학교 때의 일이 대부분이었다.
".. 그리고 모두와 좀 더 농구를 하고 싶었어."
사쿠라코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사쿠라코를 바라보았다. 농구를 더 하고 싶단 말에 두 사람은 두 눈을 동그랗게까지 떴다. 사쿠라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우리가 하는 농구가 평범하지 않단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난 너희랑 농구를 하면서 즐거웠단 말야.. 나는 좀 더 너희랑 농구를 하고 싶었어.. 같이 우리 6명이 같이 농구를 하고 싶어.. 더 이상 같이 경기를 하거나, 지금처럼 하는 건 무리겠지..."
사쿠라코의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두 사람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는 사쿠라코를 보며 놀랐고 하나미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손가락으로 사쿠라코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사쿠라코는 그런 하나미야의 팔을 잡으며 눈물이 마를 새도 없이 눈물을 뚝뚝 흘렸다.
하나미야와 세토는 알고 있다. 사쿠라코에게 농구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그건, 농구부 레귤러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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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코 카시코에게 있어서 농구는 자신의 실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거였고, 레귤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웃을 수 있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었다. 행복했던 시간이 마치 모래시계에 구멍이 난 것처럼 흘러나간다. 모래를 손으로 들어올리자 손의 빈틈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듯 했다. 물론 실제로 그렇다는 건 아니다. 졸업을 하고 나서도 분명 자신을 포함한 마코토와 켄타로, 하라와 후루하시 야마자키는 자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여행도 다니겠지. 그만큼 하나미야나 사쿠라코 세토 세 명의 관계도 특별하지만 하라나 후루하시 야마자키 이렇게 6명의 관계도 소중하고 특별했다. 하지만 특별한 관계란 것과는 별개로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분명 네가 같이 농구를 하지 않아서. 라고 말을 하지만 사쿠라코는 그 말을 듣는 걸 싫어했다. 자신은 분명 모두와 같이 농구를 했다. 그들에게 러프플레이를 알려준 게 누구라고 생각을 하는가? 그들에게 연습을 시키는 게 누구라고 생각을 하는가? 자신은 3년간 키리사키 농구부가 승리하기 위해 자신은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근데 그게 같이 농구를 하지 않아서 라고 말을 하니, 그 말에 자신이 이제껏 해온 노력이 헛수고가 된 느낌이라, 사쿠라코는 그 말을 듣는 걸 정말로 싫어했다. 그로 인해 다른 학교의 매니저와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당당하게 난 같이 농구를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이런 말을 했다.
사쿠라코는 단언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모두와 같이 농구를 했기 때문에, 모두와 같이 같은 목표를 향해, 신인전이라거나, 칸토 대회라거나 고교 농구 3대 대회 인터하이, 국민체육대회 윈터컵 우승을 위해 달려갔던 건 이제 더 이상 꿈과도 같은 일이다. 더 이상 어른이 된, 대학생이 된 자신들은 못 나간다. 애초에 농구는 모두의 취미였으니까. 하지만 이 중에서 그 누구도 농구선수를 꿈꾸던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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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쿠라코가 처음으로 농구를 좋아하게 된 건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서 농구 경기를 봤을 때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선수들 언제 어디서 점수를 낼지도 모르고, 마지막까지 끝난 게 아닌 경기. 개인의 플레이도 팀원들의 플레이도 전부 중요한 게 농구여서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미국에 있을 적에는 몇 번이나 길거리 농구도 봤으니까.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살짝 지루하단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처음에 사쿠라코는 하나미야의 농구를 봤을 때 하나미야의 농구라면, 즐길 수 있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했다. 하나미야의 농구는 자신의 생각처럼 재미있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하나미야의 농구는 깔끔했다. 말 그대로 동작은 하나하나가 깔끔하고, 정석대로의 느낌이 들었고 팀으로 행동을 하면 하나미야의 농구는 더욱 눈에 들어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하나미야의 옆에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은 하나미야와도 같은 농구의 길로 들어갔다. 아니 자신의 하나미야와 같이 걸어갔다. 자신은 하나미야와 같은 농구를 한다고 해서 싫다거나 괜히 왔다거나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즐거웠다.
농구를 하면서 자신은 하나미야를 만나고, 이마요시도 만났다. 그리고 기적의 세대라거나 지금의 키리사키 멤버라거나. 그리고 하나미야를 만나 하나미야를 좋아하게 되고 자신은 좀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고, 그를 사랑한 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농구가 사쿠라코에게 있어서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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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울고 그러는 건데?!"
"아, 울 수도 있지!! 흐윽, 너네랑 같이 농구 못하는게 싫단 말야!"
"카시코 일단 진정 좀 하고, 우리 농구 같이 또 할 수 있잖아?"
"오늘도 같이 하기로 했잖냐"
"그거랑 다르잖아..."
물론 하나미야와 세토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말하는 농구는 사쿠라코가 말하는 농구와 다르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은 사쿠라코에게 별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 자신들도 조금 더 농구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하니까 2년이라는 시간은 빨리 흘러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지금의 멤버와는 처음 출전한 윈터컵이라거나 (예선 결승까지만 갔지만 어쨌든 윈터컵이 아닌가?) 고3 때의 아슬아슬하게 졌을 때의 그 기분이란, 참으로 말로 표현하지 못할 슬픔이였다. 버저비터였다. 1점 차. 상대 팀은 좋아했고 우리도 별로 슬퍼하는 내색은 안 했지만, 대기실로 돌아와서는 다들 풀 죽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러는 와중에 사쿠라코는 하나미야 품에 안겨 엉엉 울기까지 했으니까.
그 뒤로는 농구부에서 3학년, 현 레귤러와 매니저인 사쿠라코는 농구부에서 나갔다. 이유는 당연 윈터컵에서 지고 더 이상 대회에 나갈 필요가 없는 3학년들은 나가는 게 당연했다.
은퇴였다. 불명예스럽다면 불명예스럽다는 명예. 하지만 그건 키리사키에겐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기사 만약 고등학교 3학년 때 자신들이 이겨 윈터컵에 나갔다고 하더라도 기적의 세대가 존재하는 한 이기기는 어려웠다. 웃기게도 중학교 때는 그렇게 계속 붙어왔던 상대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딱 한 번. 슈토쿠와 붙은 걸 빼고는 붙은 적이 없었으니까. 슈토쿠랑 붙었다기도 뭐하지만 그야, 레귤러는 아무도 없었다. 매니저인 사쿠라코조차도- 당연히 다음 시합인 세이린과의 시합을 준비하기 위해 질 시합은 버렸으니까.
'나는 약속 있어- 어떻게던 윈터컵에 이겨서-'
하나미야가 고등학교 2학년 윈터컵 예선 결승전 때 하나미야가 세이린의 쿠로코에게 말했다.
'난 별로 이기고 싶은 게 아냐, 힘든 연습을 열심히 노력해서 농구에 청춘을 건 놈들이 이를 갈며 지는 모습이 보고싶은 거야.'
라고 말하는 모습이. 사실 하나미야는 농구를 좋아했다.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쿠라코는 더욱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쿠라코는 하나미야를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쿠라코도 하나미야가 좋아하는 그 이상으로 농구를 좋아했다. 하기야, 하나미야의 성격에 싫어하는게 있으면 안 하지 계속 한다는 건 자신도 농구를 좋아한단 소리이다. 자신은 모르겠지만 아니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으, 정말 눈물이 계속 나오네.. 마코토, 켄타로 그러니까 결론은 너희랑 한 시간들이 행복하고 즐거웠단 거야.. 정말 두 사람 모두 고맙다는거니까.."
사쿠라코는 어느 순간부터 하나미야와 세토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었다. 두 사람은 사쿠라코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눈물을 닦아주면서 사쿠라코를 달랬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다가 세토가 먼저 말을 꺼냈다.
"카시코, 나도 네가 있어서 농구를 하는 게 즐거웠어. 네가 주는 연습은 조금 힘들었지만 그만큼 실력도 늘었고, 무엇보다 너와 하는 농구가 재미있었어, 카시코가 이렇게 말을 하니까 나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고마워 카시코."
사쿠라코가 놀라 세토 쪽으로 고갤 돌려 바라보자 세토는 사쿠라코의 눈가에 있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고맙다고 말하는 거야. 카시코"
세토는 웃으며 말을 하였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눈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하고 있는 사쿠라코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그런 사쿠라코의 모습이 퍽이나 귀여워서 세토는 눈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그 모습을 본 하나미야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리며 조금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사쿠라코를 바라보고 말을 하였다.
"젠장 너희가 그렇게까지 하면 나도 말해야하잖냐! 카시코 고맙다. 네 덕에 훨 수월했고 편했으니까. 애들의 능력을 바로 파악한다거나 네 능력이 도움이 되었고, 네가 가르친 러프플레이가 도움이 되었으니까, 사쿠라코 너는 충분히 잘했고 매니저로도 강했어. 네가 준 자료들은 전부 완벽했으니까."
하나미야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사쿠라코에게 자신의 말을 듣고서 세토에게 좀 더 안겨있다가 자신에게 안겨오는 사쿠라코가 귀여워 세토에겐 들릴지 안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쿠라코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한다 카시코."
사쿠라코는 자신의 귓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할만한 목소리고 간지럽게 속삭여오는 것이 좋아 푸흐흐 웃고는 자기도 사랑한다며 말을 건넸다.
"아, 애들 기다리겠다! 얼른 가야할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하라한테 연락할게"
"에휴, 가자 그 녀석들 옆에서 이야기 시작하면 시끄럽다"
하나미야와 세토는 교실 문 밖으로 먼저 나가, 교실 뒷편 거울을 보고 자신의 얼굴이나 교복을 정리했다. 하나미야와 세토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때마침 열려있던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사쿠라코의 머리는 바람에 휘날렸다. 사쿠라코는 가만히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신이 바람을 조정하는 것처럼 불어오는 바람은 사쿠라코를 바라보고 있는 두 남자의 마음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아 맞다 그 전에 이거, 내 마이 단추 가져가.“
사쿠라코는 자신의 마이 단추를 아무렇지 않게 툭하고 하나미야에게 두 번째 단추를, 첫 번째 단추는 세토에게 건네주었다. 두 번째 단추는 사람의 심장과 가깝다고 해서 하나미야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첫 번째 단추는 세 번째 단추를 주는 것보단 첫 번째가 나을 테니 라고 생각해 세토에게 건네준 것이었다.
"단추?"
"응, 왜 졸업식 때 좋아하는 사람의 단추 가져가잖아, 마코토는 중학교 때도 가져갔지만, 올해도 가져가구 켄타로는 올해가 처음이니까."
사쿠라코의 말에 하나미야과 세토는 자신이 받은 단추를 가만히 보더니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넣고는 두 사람 다 동시에 자신의 마이에서 두 번째 단추를 뜯고는 사쿠라코에게 건네주었다.
"응?"
자신도 단추를 줬으면서 왜 주지란 눈빛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쿠라코를 보며 두 사람은 동시에 피식하고 웃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 다 사쿠라코의 그런 모습이 익숙하다는 웃음이였다.
"카시코 너도 단추 줬잖아. 같은 뜻이지."
"내 단추 가지고 싶다고 말도 했잖냐."
"고마워 마코토, 켄타로!"
사쿠라코는 하나미야와 세토가 준 단추 두개를 받아 들고 웃으며 말을 했다. 단추를 받은 게 행복하다는 미소였다. 사쿠라코의 행동으로 봐선 자신들에게 받은 단추를 어딘가에 잘 보관하겠지. 자신들도 그럴 테니까. 더군다나 하나미야나 세토는 교복이 망가지는 게 싫어 다른 사람들에게는 단추를 주는 것을 거절했지만, 사쿠라코가 자신들에게 단추를 내어주자 그런 고민은 한적도 없단 듯이 단추를 내어주는 게 퍽이나 웃긴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심장과도 가까운 단추는 세토만 사쿠라코에게 못 받았다. 그도 그럴게, 사쿠라코는 하나미야를 좋아했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두 번째 단추는 하나미야가 받아야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사쿠라코의 중학교 때 단추 사쿠라코는 그때도 하나미야에게 줬구나. 세토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순서가 하나미야보다 밀려나간 게 싫다고 생각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이다. 자신의 순서가 뒤로 밀려나갔다고 해도 그게 사쿠라코가 자신을 싫어하는 이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토는 사쿠라코의 단추를 바지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렸다. 아직도 사쿠라코가 건네준 단추에는 사쿠라코의 온기가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하나미야는 사쿠라코에게 받은 단추가 이번에도 두번째 심장과 가깝고, 의미가 있어서 행복했다. 중학교 때도 사쿠라코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단추를 주었다. 하나미야도 자신의 단추를 건네주었다. 나중에 사쿠라코에게 물어보니 자신이 준 그 단추는 작은 상자에 담겨있다고 말을 했다. 이번에도 그 옆에 자신의 단추가 상자에 담겨 있을 생각을 하니 괜시리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신이 사쿠라코에게 받은 단추는 자신이 따로 모아두었다. 이 단추도 자신이 모아두는 곳에 들어갈 테다. 사쿠라코가 자신이 준 단추를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자신의 여친인 사쿠라코 카시코를 좋아하는 세토가 옆에 있는 게 짜증이 났지만, 참을 만 했다. 사쿠라코는 자신의 단추를 받고 가장 좋아했으니까
그렇게 하나미야와 세토는 사쿠라코에게 두 번째 단추를 주었고 사쿠라코는 세토에겐 첫 번째 단추를 하나미야에게는 두 번째 단추를 주었다.
사쿠라코는 자신도 교실 밖을 나와 문을 닫았다. 탁, 거리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은 천천히 교내 밖으로 나갔다.
*
세 사람은 서둘러 하라와 후루하시 야마자키가 기다리고 있는 길거리 농구장으로 향했다. 세 사람은 서둘러 뛰어오는 사쿠라코와 하나미야 세토를 보고 왜 이리 늦었냐고 타박을 했지만, 사쿠라코의 눈가가 약간 붉어진 것을 보고는 이내 입을 다물곤 그저 사쿠라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쿠라코는 머리 헝클어진다며 그만하라고 말을 했지만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인원은 사쿠라코 하나미야 세토 하라 후루하시 야마자키 포함해 6명이였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팀은 3on3이 되었고 처음에는 사쿠라코와 하라 야마자키 그리고 하나미야와 후루하시 세토가 같은 팀이 되었다. 6명 중 키가 젤 작던 사쿠라코에게는 여러 핸디캡이 있었고, 자신은 농구공을 들고 공을 던지기 위해 서 있었다.
"자 그럼, 던진다?"
사쿠라코가 공을 던지기 위해 자세를 잡고 공을 던지며 말했다. 모두 사쿠라코가 던지려는 공을 바라보았다.
"그럼 시-작!!"
사쿠라코가 던진 농구공은 높이 올라갔고, 세토와 하라가 공을 잡기 위해 점프를 했다. 사쿠라코도 서둘러 자신의 위치에 돌아갔다. 그리고 모두와 함께 농구를 했다. 고교 시절 마지막을 장식할 농구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렇게 시작된 농구는 팀이 여러번 바뀌고 모두가 지쳤을 즈음에야 끝이 났다. 사쿠라코는 모두와 농구를 즐거웠고(물론 체력이 약해 도중에 몇 번 쉬었지만) 하나미야와 세토는 그런 사쿠라코와 농구를 같이 하는 것도 즐거웠다. 가끔 미니게임으로 같이 했던 때가 떠올라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릴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그대로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하나미야와 사쿠라코 그리고 세토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과도 계속 연은 이어질 것이다.
TIP OFF, 세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등학교 졸업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같은 길을 걸어가지 않아도, 세 사람의 종착지는 같을 것이다.